토종 소프트웨어 “MS·오라클…게 섰거라”토종 소프트웨어 “MS·오라클…게 섰거라”

Posted at 2008. 11. 28. 17:02 | Posted in 신문 기사
겁없는 한컴싱크프리·티맥스 등 세계 접수 도전장
MS오피스 대체품 ‘성과’ 새운영체제 개발 야심도

마이크로소프트, 오라클, 선마이크로시스템, 시만텍 등 미국업체들의 독무대인 세계 소프트웨어 시장에 겁없는 한국기업들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한국의 정보기술(IT) 산업은 휴대전화와 반도체·엘시디 등 몇몇 하드웨어 제품군으로 성공했지만, 부가가치가 높아 디지털경제의 꽃이라 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분야에서는 명함을 내밀지 못하는 ‘속빈 아이티 강국’이라는 평을 들어 왔다. 최근 국내 소프트웨어 업체들이 세계 거대기업들을 상대로 대담한 경쟁을 시도하고 있어 주목받고 있다.

“퀄컴은 우리 제품이 마이크로소프트(MS) 오피스와 비교해 항목별 기능을 얼마나 지원할 수 있는지, 빽빽한 체크리스트를 내밀었습니다.” 한글과 컴퓨터의 자회사인 한컴씽크프리 김수진 대표는 지난해 초 미국의 칩셋업체 퀄컴을 찾아갔던 당시를 이렇게 떠올렸다. 퀄컴은 처음엔 한컴씽크프리의 기술력을 의심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김 대표가 10년에 걸쳐 다듬어온 웹 기반 오피스 프로그램의 기능을 조목조목 소개했다. 결국 퀄컴은 모바일용으로 최적화된 ‘씽크프리’ 제품의 우수성을 인정하고 차세대 모바일칩 스냅드래곤 개발에 한컴씽크프리를 참여시키는 계약을 맺었다.


자바 기반으로 개발돼 윈도·리눅스 등 모든 운영체제에서 구동되는 씽크프리는 워드프로세서, 표 계산, 프레젠테이션 기능을 수행하는 사무용 프로그램으로, 엠에스 오피스의 대체품이다. 구글도 비슷한 기능의 문서도구를 제공하지만, 씽크프리는 인터넷이 연결돼 있지 않아도 사용이 가능하다.




» 국내 소프트웨어 업체들의 외국 진출 주요 사례



한컴씽크프리는 2004년부터 국외 사업을 시작했지만 그동안 성과는 미미했다. 그러나 올해 들어 인텔·퀄컴·에이아르엠(ARM) 등 모바일 칩셋 3대 업체와 제휴한 데 이어, 최근에는 일본 후지쓰와 계약을 맺어 아시아 지역에 판매되는 후지쓰의 미니노트북에 ‘씽크프리 모바일’을 기본 탑재하는 성과를 올렸다. 외국의 대표적인 미니노트북 제조업체들과의 납품 계약 성사도 막바지 단계에 있다. 일찌감치 클라우드 컴퓨팅과 모바일 환경에 대비한 것이 성과로 나타나는 것이다. 이 회사는 지금 엠에스의 오피스 프로그램이 석권하고 있는 세계 사무용 프로그램 시장에서 2인자 자리를 목표로 삼고 있다.


티맥스소프트의 도전은 좀더 야심적이다. 이 회사는 컴퓨터 운영체제(OS)를 개발해 내년에 보급한다는 계획이다. 전세계 피시 운영체제 시장은 엠에스 윈도의 사실상 독점구조로, 독일과 일본도 도전했다가 실패하고 물러난 분야다. 리눅스와 애플만이 제품을 내놓은 정도다. 티맥스 쪽은 “올 3월에 기본기술을 선보였고, 내년 상반기에 제품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티맥스소프트는 이미 한국시장에서 외국업체들을 이겨낸 경험을 갖고 있다. 이 회사는 국내 미들웨어 소프트웨어 시장의 35%를 점유하며, 6년째 1위를 지키고 있다. 아이비엠과 오라클이 지배하던 시장에 뛰어들어 이뤄낸 성과다. 이 회사는 현재 직원 수 2000명, 올해 예상매출이 1300억원에 이르는 국내 최대의 소프트웨어 업체로 성장했다. 국내 기술로 개발해 성가를 높인 웹어플리게이션 데이터베이스 관리시스템에 이어 소프트웨어의 핵심기술인 피시 운영체제 개발에 성공하면, 세계적 소프트웨어 업체로의 발돋움이 가능하다고 이 회사는 판단하고 있다.


동영상 검색 ‘엔써미’를 베타테스트 중인 엔써즈도 세계 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엔써미는 세계에서 처음으로 영상신호 분석기술을 동영상 검색에 도입해, 다른 동영상에서 10초 정도만 겹치는 부분이 있어도 동일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고 말한다. 업체 쪽은 검색 정확도가 99% 정도라며, 연내에 영어·일어·중국어 서비스를 내놓고 외국 시장을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인터넷 동영상 유통이 크게 증가함에 따라 검색과 저작권 측면에서 동영상 검색 수요는 무궁무진하다. 세계 시장을 선점한 구글과 유튜브가 경쟁상대다.



개인도 세계 소프트웨어 시장을 향한 도전에 나서고 있다. 티맥스와 엔씨소프트 등에서 개발자로 일해온 이창신씨는 최근 ‘독립 개발자’로 나섰다. ‘프리랜서’가 세계 시장에 직접 뛰어든 것은 애플 아이폰용 앱스토어 등 모바일용 소프트웨어 유통 플랫폼이 활성화된 덕분이다. 이씨는 “한국에서는 소프트웨어 불법 복제율이 여전히 높고 개발 대가도 낮아, 시장이 좁은 국내보다 처음부터 외국시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계 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외국 거대 업체를 상대로 한 ‘도전’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엠에스, 아이비엠 등 막강한 자본력과 인력을 갖춘 기업을 상대로 한 도전은 현실성이 떨어져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국내 개발자들은 기대를 품고 있다. 류한석 소프트뱅크미디어랩 소장은 “한국 소프트웨어 산업 역사가 짧아 기초기술을 쌓기도 힘들었는데 이들은 어려운 여건에서 국제적 경쟁력을 갖춘 업체들”이라며 “어떤 산업에서의 도전보다 값진 시도”라고 말했다.


구본권 기자 starry9@hani.co.kr


출처 : 한겨레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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