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웹으로 진화하는 한글 정보화[사설]웹으로 진화하는 한글 정보화

Posted at 2007. 1. 16. 13:39 | Posted in 한글 소식_정보_관련 글
전자신문의 작년 10월 12일자 사설입니다.

 지난 9일, 국경일로 재승격된 후 처음으로 한글날을 맞았지만 난데없는 북한의 핵실험으로 국민의 한글 정보화에 대한 관심은 송두리째 날아가 버렸다. 특히 아래아한글의 웹오피스 판이랄 수 있는 씽크프리 오피스가 미 LA시립도서관에 설치된다는 반갑고도 의미있는 소식마저도 시들하게 만들어 버렸다. LA시립도서관의 2200여대 PC에 설치돼 있는 MS 오피스를 대신해 한컴씽크프리의 씽크프리 오피스가 설치된다. 한컴은 또 이번 일을 계기로 많은 해외 업체로부터 제휴 제의가 들어오고 있다고 한다. 씽크프리오피스의 이번 개가는 얼마 전 포털 네이버에서 씽크프리오피스 서비스를 제공키로 한 것과 더불어 한글 정보화에 새로운 이정표가 되기에 충분하다.

 지금 세계는 웹 2.0의 출현과 더불어 웹오피스 전쟁이 한창 벌어지고 있다. 데스크톱PC에서는 MS오피스가 세계를 장악했지만 웹오피스에서는 구글을 비롯한 수많은 업체가 MS와 경쟁하며 주도권 쟁탈전을 벌이고 있다. 씽크프리오피스도 강력한 주자 중 하나다. 데스크톱PC에서뿐만 아니라 웹상에서도 한글의 특성을 가장 잘 반영하는 문서편집기를 보유하고 또 쓸 수 있다는 것은 세계문화유산인 한글을 가진 우리에게 축복이 아닐 수 없다. 또 급속한 기술발전에 뒤처지지 않고 한글의 정보화도 계속 이어갈 수 있게 됐다.

 한글은 그동안 수없이 우수성이 강조돼 왔지만 정작 정보화에서는 아직도 여러가지 문제점을 지니고 있다. 우수한 한글의 특성과 전혀 다른 알파벳 위주로 문자의 정보화가 이루어진 데 기인한다. 알파벳은 낱글자를 나열하기만 하면 되지만 한글은 낱글자까지도 초성·중성·종성의 음소를 조합해야만 만들어진다. 그러나 지금 우리가 쓰는 MS오피스 등 대부분의 문서편집기 상의 한글은 알파벳처럼 초·중·종성으로 구분된 낱글자 조합과정이 생략돼 있다. 컴퓨터에서 사용하는 한글과 종이에다 쓰는 한글이 실제로는 차이가 크지만 우리가 느끼지 못할 뿐이다. 예를 들어 초성으로 입력한 자음이 글자가 완성되기 전까지는 앞글자의 받침에 가 있을 때가 흔하다. 초등학생에게 적당한 초성을 찾아 쓸 수 있도록 해주기 위해 초성 없이 중성과 종성만으로 된 불완전한 낱글자를 표현하려 해봤자 불가능하다. 낱글자에 2바이트를 할당하는 컴퓨터와 달리 1바이트만을 할당하고 있는 휴대폰에서는 아직도 ‘똠’이라는 글자를 쓸 수 없다. 그나마 아래아한글과 웹오피스 판인 씽크프리오피스가 낱글자까지 초·중·종성으로 조합되는 한글의 특성을 가장 잘 반영하고 있다. 아래아한글에서는 입력 때부터 초·중·종성을 구분하고, 초성 없는 낱글자나 중성 없는 낱글자, 초성과 중성이 없는 받침만의 홑글자까지도 표현된다.

 이제 종이에 글을 쓰는 일은 점점 줄어드는 대신 대부분 문서작업이 컴퓨터에서 이루어진다. 알파벳화된, 한글특성에 맞지 않는 문서편집기를 오래 쓰다보면 한글 고유의 특성도 점점 사라지게 된다. 문자 없는 언어가 오래가지 못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이미 어릴 적부터 초성과 종성의 구분을 컴퓨터에 맡겨온 어린 학생은 한글 맞춤법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한다. 언어 정보화 학자들 사이에는 음소 단위의 조합으로 구성되는 공학적 우수성과 표현하지 못하는 소리가 없을 정도의 무수한 음절 구성력을 지닌 한글을 만국공통 표기언어로 삼고자 하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하지만 이도 한글 고유의 특성을 제대로 살릴 수 있는 한글의 정보화가 전제돼야만 가능한 일이다.

 아래아한글이 가장 근접하다지만 한글 정보화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 알파벳과 달리 고유의 특성을 오롯이 정보화로 연결하는 데에는 여러가지 한계가 있다. 이런 점에서 부상하는 웹오피스 시장에서 아래아한글을 계승한 씽크프리오피스의 건재와 개가는 한글 정보화의 첨병이자 최후의 보루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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