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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반갑다 한컴의 부활 2007.01.21

반갑다 한컴의 부활반갑다 한컴의 부활

Posted at 2007. 1. 21. 11:26 | Posted in 한글 소식_정보_관련 글

아래 박강문 코너에서 한글 사태에 관한 아쉬운 소감을 소개했는데 한컴은 그 사태를 해결하고 난 후 지금은 매출과 수익에서 안정을 찾아 눈부신 발전은 아니지만 조금씩 발전을 해 나가고 있는 모습입니다. 이후  한글 사태를 해결한 것에 대한 소감을 쓴 기사가 있네요. 

원본 글의 제목을 그대로 사용하였습니다.

바다다리 seabr님이 쓰신 글입니다.


*아래한글로 '하'에서 'ㅏ'를 한번 더 누르면 어떤 글자가 생기는지 아시죠? 여긴 그 글자를 쓸 수 없어 '아래한글'로 대신 표기했습니다.


파피루스, 윈워드, 일사천리, 글사랑, 한글아미프로, 오아시스, 글마당...


엇그제 책장을 정리하다 낡은 수첩을 발견했다. 95년에 취재 노트로 쓴 수첩인데 거기 중간쯤에 저렇게 까마득한 이름들과 지금은 얼굴조차 떠오르지 않는 마케팅 또는 홍보 담당자들의 이름과 연락처를 보니 감회가 새롭다.

그 많은 워드프로세서들은 어디로 갔나?

아마 윈도우 바람을 타고 전자출판(DTP) 시장이 한참 술렁이던 때였던 거 같다. ‘아직도 출판을 위해 매킨토시를 따로 장만 하느냐, 이젠 IBM PC에서도 누구나 손쉽게 편집/출판할 수 있다’는 게 당시 워드/DTP 프로그램들의 공통된 출사표였고, ‘누구나’라는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따로 전문가를 찾을 생각도 없이 담당 기자들이 앞 다퉈 직접 이 프로그램들을 벤치마크 했었다.

모두들 DTP를 강조하긴 했지만 엄밀하게 따지면 워드프로세서 중심이냐 오피스중심이냐, 또는 말 그대로 DTP 중심이냐에 따라 각 프로그램들은 지향점이 달랐다. 워드프로세서만 놓고 보면 아래한글이 80% 이상의 점유율을 보일 때였으니 이들 프로그램을 제대로 분석하려면 그 지향점부터 제대로 포착했어야 하는 게 맞다. 거꾸로 개발자 입장에선 각 프로그램들의 차별점을 좀 더 확실하게 부각시켰어야 했다. 개성은 존중해도 다양성은 인정하지 않는 게 시장의 법칙이 아니던가.

저마다 개성을 뽐내던 워드/DTP 프로그램들이 그저 옛이름으로만 남은 데에는 마이크로소프트(MS)의 저돌적인 공세를 빼놓지 않을 수 없다. MS는 MS워드와 엑셀, 파워포인트 등 MS 패밀리와의 호환성을 앞세운 건 둘째 치고, MS워드를 이기는 세계 유일의 워드프로세서 아래한글의 아성을 무너뜨리려고 세로쓰기, 옛글체 등을 내세워 한국적인 감성에 호소하는 광고를 뿌려대기도 했다. MS오피스의 성공 여부가 MS워드와 아래한글의 싸움에 달렸다고 판단한 때문에 윈도우보다 MS워드 홍보비가 더 많다는 소문이 나올 정도였다.

이 같은 파상공세에 힘없는 벤처기업들의 프로그램들은 순식간에 나동그라졌다. 하지만 81년부터 국민들의 손가락을 길들여 온 아래한글은 달랐다. 무차별 진격에도 MS워드의 시장 점유율이 30%를 넘어서지 못하자, 98년에 MS는 IMF 와중에 이찬진 사장의 무리한 인터넷 투자로 비틀거리던 한글과컴퓨터사에 2천만 달러를 투자할 테니 앞으로  아래한글 개발을 포기하라고 종용하기에 이르렀다.

한컴 살리기가 아니라  아래한글 살리기

MS와 한컴이 이같은 가계약을 맺었다는 소식은 ‘아래한글=한글’처럼 여기던 많은 이들을 분노케 했고,  아래한글을 살리기 위한 국민주 모금운동으로까지 이어졌다. 그리고 마침 범양식품에서 태극마크가 선명한 ‘콜라독립 815’를 내놓고 승승장구하던 것을 본따기라도 하듯 애국심에 적잖이 기댄 아래한글 97/815 특별판을 1만 원에 내놓았고, 이것이 순식간에 100만 카피 정도 팔리면서(어떤 면에서는 ‘팔아주면서’가 더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MS워드의 천하통일은 한국에서 만큼은 야심에 그치게 되었다.

이찬진씨를 대신해 한컴의 경영을 맡게 된 전하진 사장은 아래한글 97/815를 발표한 뒤 기자들을 불러 다음과 같은 말을 한 적이 있다.

“아래한글을 서태지라고 칩시다. 공연을 많이 봐주고 해야 다음에 또 더 나은 공연과 음반을 준비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지금 아래한글 815에 대한 관심이 절실한 이유입니다.”

경영문제는 예외로 하고, 아래한글의 우수성은 모두가 다 아는 사실이다, 하지만 아래한글 패키지를 사서 쓰는 사람이 없으니 시장자체가 죽어간다, 그러니 MS의 공세에 밀릴 수밖에 없다는 요지였다.


당시 분위기를 조금 더 파고 들어가면, ‘불법복제는 어느 프로그램에나 똑같이 해당되는 말이다. 한컴은 아래한글 개발을 게을리 하고 인터넷 사업에만 돈을 써대더니 줏대도 없이 아래한글을 MS에 넘기려 했다, 그리곤 여론이 불같이 일어나니깐 이제 와서 그 애국심에 손 벌리는 꼴이다’는 비판이 없지 않던 터였다.


기자는 이렇게 되물었었다. “이번에 아래한글 815를 사면 다음에  더 나은 패키지가 나온다는 걸 어떻게 보장 받을 수 있죠? 말씀하신대로 서태지가 이번 공연만 하고 은퇴를 선언하거나 하면 허탈한 상황이 나오는 거 아닙니까. 815는 착실하게 준비된 공연이 아니라 급조된 특별무대에 불과하지 않습니까?”


이 말에 전하진 사장은 “국민가수라는 얼굴이 있지, 살 만하다고 제멋대로 했다간 끝장나는 거죠”라고 여전히 전폭적인 신뢰의 지지를 호소했었다.

그때 살려주길 잘했어요?

사실, 그 후 ‘서태지’의 공연은 별반 다를 게 없었다. 아래한글 워디안,  아래한글 2002, 아래한글 2004 등 그저 때가 되었으니 또 공연을 한다는 정도일 뿐, 특별하고 획기적인 버전 업이 눈에 띄지 않았다. 이는 이미 더 이상 손 볼 필요가 없을 정도로 완벽해진 다른 애플리케이션들의 처지와도 같은 상황이긴 하지만, 국민이 살린 프로그램치고는 실망스런 부분이 없지 않았다. 한때 콜라시장의 13%까지 차지했던 ‘콜라독립 815’가 코카콜라와 펩시의 재반격에 맥을 추지 못해 1% 수준으로 떨어졌다가 결국 2003년에 파산을 하게 된 범양식품의 일이 남의 일 같지 않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한컴은 달랐다. 어제 한글과컴퓨터를 다녀온 동료 기자의 말에 따르면 “그때 살려주기를 백번 잘했다”는 것이다. 애플리케이션 담당이라 MS 출입을 전담하면서도 MS의 무조건식 독점에는 혀를 내두르는 이 기자의 말로는 “우리나라에서 MS를 견제할 가장 확실한 주자가 분명하다”는 것이다. 그리곤 기사의 제목을 이렇게 뽑았다. ‘오피스와 리눅스, 두 날개로 비상’.

한컴의 성공적 재기를 증명할 수 있는 가장 분명한 수치는 2005년 매출이 380억 원, 영업이익이 100억 원에 가깝다는 것이다. 98년 MS와의 가계약 이후 2002년까지 경영권 분쟁으로 골머리를 앓으면서 4년간 누적적자가 860억 원이었던 회사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다. 한컴의 재기가 더 반가운 것은 98년에 자신을 삼키려 했던 MS에 정면승부를 펼쳤다는 것이다. 그것은 다름 아닌 ‘한컴오피스’다.


워드프로세서 점유율만 놓고 보면 아래한글이 MS를 크게 앞질렀지만, MS는 ‘MS오피스’를 앞세워 엑셀과 파워포인트 등과의 연동성을 무기로 아래한글 이용자들을 서서히 뺏어가기 시작했다. ‘개인은 아래한글, 기업은 MS워드’라는 게 공식이 될 정도였다. 이에 한컴은 역으로 승부했다. 아래한글을 중심으로 하는 오피스를 내놓아 기업시장을 뚫기 시작했다. 이것이 국민이 살려 낸 아래한글을 사수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기도 했다.


리눅스로  MS에 맞서다

한컴오피스는 엑셀에 대응하는 ‘넥셀’, 파워포인트를 겨냥하는 ‘한컴 슬라이드’에다 MS오피스에는 없는 백신 프로그램도 넣었다. 토종기업인 하우리의 ‘바이로봇 엑스퍼트’가 그것이다. ‘국산 오피스’라는 점은 주요 수요처인 정부 부서와 금융권의 심정적인 지원도 등에 업어 그 행보가 더욱 빨라졌다. 이에 탄력을 받은 한컴은 좁아터진 한국 시장에만 안주하지 않기 위해 해외로 눈을 돌렸다. 지난 4월에 내놓은 ‘싱크프리 오피스 3.0’가 그것이다. 싱크프리는 자바(JAVA)에 뿌리를 뒀다. 이것은 윈도우 뿐 아니라 리눅스와 맥OS, 유닉스 등 운영체제를 가리지 않는다는 말이다. 휴대폰이나 PMP, PDA에서도 쓸 수 있다. 이같은 유연성은 지난 10월 미국 인터넷 채팅/방송 사이트 ‘피씨챗쇼’(www.pcchatshow.com)에서 MS 오피스를 대체할 최고의 경쟁자로 꼽히는 바탕이 되기도 했다.

더 주목할 것은 한컴이 반(反) MS 진영으로 꼽히는 ‘리눅스’에서 상당한 성과를 내고 있다는 것이다. 아시아 표준 리눅스를 만드는 한중일 합작 프로젝트 ‘아시아눅스’를 주도할 뿐 아니라 리누스 토발즈가 활동하는 리눅스 연합체인 OSDL(오픈 소프 개발자 랩)에도 가입해 MS와 윈도우의 반대편 진영에 그 이름을 당당하게 올려놓았다. 내년에 열리는 ‘리눅스 월드 코리아 2006’의 후원사도 자처했다. 모양새만 그럴싸한 게 아니다. 지난해에 비하면 올해 한컴오피스는  20%, 아래한글 리눅스는 11%나 매출이 늘었다. 쓰러진 아이를 일으켜 줬더니 씩씩하게 내달리는 모습이다.

PC 분야에서만 10년째 기자를 하고 있어 웬만한 일에는 심드렁한 동료기자가 뜻밖의 격앙된 목소리로 한컴 가족들을 만난 소감 끝에 덧붙인 한마디가 인상적이다.


“그 사람들이요, 정말 일 낼 것 같은 표정이더라고요”

                                                   -2005년 12월20일 이글루스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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