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봅시다] 오피스 파일간 호환성의 비밀[알아봅시다] 오피스 파일간 호환성의 비밀

Posted at 2009. 5. 20. 21:44 | Posted in 신문 기사
디지털 타임즈 5월 19일자 기사

MS 워드 'DOC' 아래한글 'HWP' 오픈 오피스 'ODP'…
문서포맷따라 지원기능 달라 호환성 한계

개발 노하우 숨기려 문서정보 일부만 공개
?리버스 엔지니어링?도구 활용 제한적 구현


회사의 신규 사업 보고서를 작성하고 있는 강 과장. 다양한 표와 그림, 그래프가 가득 담겨있는 시장 동향 자료를 구했지만 마이크로소프트(MS) 워드 파일로 작성돼 있습니다. `MS 오피스 프로그램이 없는데...' 당황한 강 대리가 아래한글에서 MS 워드 파일을 읽을 수 있다는 점을 떠올리고 실행을 해보지만 화면 속 문서는 온통 깨져 있습니다.

오피스 시장에서 호환성은 가장 뜨거운 화두로 꼽힙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아래한글 등 다양한 오피스 프로그램이 쓰이고 있어 호환성 이슈에 대한 관심이 높습니다.

단순한 텍스트라면 큰 문제가 없지만 표나 그림 등으로 멋을 부린 문서는 여지없이 깨지고 맙니다. 특히 엑셀과 파워포인트 등 다른 프로그램의 경우 호환성은 더 기대하기 힘듭니다. 이처럼 오피스간 호환이 안되는 가장 큰 이유는 오피스 프로그램 간 지원 기능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MS 워드는 DOC, 아래한글은 HWP, 오픈 오피스는 ODF라는 문서 포맷을 갖고 있는데 각 프로그램이 갖고 있는 기능을 벗어나면 표현할 수 없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아래한글의 `편집 용지'를 보면 위쪽-머리말-본문-꼬리말-아래쪽 여백 순으로 지원되지만 MS 워드는 위쪽-본문-아래쪽 여백 순으로 지원되고 머리말과 꼬리말은 위쪽, 아래쪽 여백에 포함되어 있는 형태로 지원하고 있어 문서 레이아웃이 달라지는 것입니다. 그림이나 그리기 개체도 아래한글과 MS 워드는 서로 속성이 다릅니다. 특히 아래한글의 `자르기' 기능이 MS 워드에는 없기 때문에 MS 워드에서 불러들이면 원본을 그대로 보여주는 현상이 나타납니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많은 오피스 소프트웨어들이 MS 오피스 문서와의 호환성을 강조합니다. 일상적인 문서작업은 무리가 없다고 주장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어떻게 가능한 것일까요.

전문가들에 따르면 대부분의 업체들이 자사 문서 포맷에 대해 일정 정도 정보를 공개하고 있습니다. 텍스트 불러오는 기능, 문서 구조, 태그 구조, 문서 영역 표를 자동으로 넣는 방식 등을 공개하고 있고 특히 아래한글의 제작사인 한글과컴퓨터처럼 HDK(Hangul Document Kit) 같은 일종의 부가 툴을 제공하는 곳도 있습니다.

문제는 이런 정보의 효과입니다. 실제로 대부분의 업체들이 최신 버전을 제외한 이전 버전까지 문서 정보를 공개하거나 그것마저 매우 제한적인 수준으로 공개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대신 그 간격을 메우는 것은 사실상 `수작업'입니다. 리버스 엔지니어링이라는 기술을 이용해 경쟁 제품의 문서 특성을 알아내고 이 문서를 불러들일 때 특정 동작을 하도록 일일이 프로그램을 수정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과정은 방대한 작업일 뿐더러 리버시 엔지니어링 자체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

주요 기능을 중심으로 먼저 호환성을 구현하고 패치 형태로 계속 호환성을 높여 나가는 작업을 반복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더구나 3~4년 주기로 신제품이 나올 때마다 이런 작업은 다시 시작해야 합니다. 한글2007의 경우 MS 오피스 2003 버전까지만 공식 지원하고 오피스 2007 버전 파일은 오는 10월 출시하는 `한글 8.0(가칭)'부터 지원할 예정입니다. 오피스 2003 버전에서 그랬던 것처럼 향후 계속 패치를 통해 호환성을 높여나가게 될 것입니다.


업체들이 오피스 파일 구조를 이처럼 꽁꽁 숨기는 것은 이것이야말로 오피스 개발 노하우의 핵심이기 때문입니다. 전문가에 따르면 오피스의 각 기능이 문서포맷에 어떻게 구현되는지 세부 내용을 공개하는 것은 경쟁사가 똑같은 기능을 구현할 수 있는 설계도를 주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합니다. 지난 2000년대 초 한글과컴퓨터와 MS 간에 서로의 문서 정보를 교환하는 논의가 진행된 사례가 있었지만 결국 백지화된 것도 이 때문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양 사는 현재도 여전히 리버스 엔지니어링을 호환성의 주요 도구로 이용하고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이른바 `8:2'룰을 이야기합니다. 전체 사용자의 80%는 오피스 전체 기능의 20%만 사용한다는 것인데, 이 부분은 이미 상당 부분 호환성을 구현했다는 것입니다. 나머지는 각 오피스 프로그램들이 문서를 얼마나 미려하게 꾸밀 수 있느냐 하는 기능적인 차이로 남겨두는 것도 의미가 있다는 주장입니다.

대신 논문이나 백서 등 장기 보관이나 통합 검색의 필요성이 있는 자료는 호환성에 최우선 순위를 두고 OXML(Open XML)이나 ODF(Open Document Format)와 같은 문서 표준을 따르는 방안이 합리적이라는 것입니다.

최근에는 MS도 이들 문서 표준에 대한 지원을 공식 발표해 적어도 업체들이 리버스 엔지니어링을 반복하는 수작업은 일정정도 줄어들게 됐습니다. 한글 8.0에서 선보일 호환성 모드도 이러한 문서표준에 따라 만든 엔진을 통해 경쟁 제품 문서를 볼 수 있도록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박상훈기자 nanug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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