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아 한글과 한글과컴퓨터의 용어 설명아래아 한글과 한글과컴퓨터의 용어 설명

Posted at 2008. 1. 20. 21:28 | Posted in 신문 기사
아래의 내용은 1995년에 발표된 윈도우즈용 snap017.jpg글 3.0b CD에 HWP 문서 파일로 들어있던 내용을 인용한 것입니다. (편의상 'snap017.jpg'을 '한/'으로 표기합니다.)

우리 회사의 이름인 한글과컴퓨터가 '한글'이라는 말과 '컴퓨터'라는 말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은 누구나가 당연히 알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잠깐만 관심을 갖고 생각해 보면 이렇게 평범한 듯 붙여진 이름에 간과할 수 없는 의미가 담겨져 있음을 알게 된다. 그 두 말을 잇고 있는 '-과'라는 조사에 우선 주목해서 언어적 성분 분석을 해보면, '한글'이라는 명사와 '컴퓨터'라는 명사, 이 두 명사를 연결하고 있는 접속 조사가 '-(이)나'가 아닌, '과'라는 점을 새삼스레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한글과컴퓨터의 '-과'는 비슷한 기능을 하는 '-하고', '-(이)랑', '-(이)니', '-(이)며' 등의 병렬 접속 조사와는 엄밀한 의미에서 차별성을 갖는다.
즉, 단순히 '한글'이라는 개념과 '컴퓨터'라는 두 개념을 병렬적으로 나열만 하는 접속 조사가 아니라 이 양자를 대등한 위치에서 연결해주는 대등 접속 조사인 동시에, 이를 묶어 하나의 복합 개념으로 만들어 주는 중개자(mediator)로서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한글과컴퓨터라는 복합 개념어는 '한글'과 '컴퓨터'라는 독립된 두 개념을 특정한 목적에서 접속시켜 어떤 통합된 개념을 형성하고자 하는 의도가 내재된 하나의 명사이다.

한글과컴퓨터는 또한 그 안에 일련의 판단들을 포함하고 있는 고유 명사라는 점을 밝혀 둔다. 따라서 '한글과컴퓨터'는 한 개의 단어가 되는 것이며 '한글과 컴퓨터'처럼 띄어쓸 수 없는 것이다. '한글과컴퓨터'와 '한글과 컴퓨터' 사이에는 대충 얼버무려서 혼용할 수 없는 명백하고 커다란 통사적 의미적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통사적으로 '한글과컴퓨터'는 하나의 단어이고 '한글과 컴퓨터'는 세 개의 단어이다.
의미적으로 말하자면, '한글과컴퓨터'는 무수한 가치 판단을 내포하고 있는 하나의 독립적인 개념이며, '한글과 컴퓨터'는 독립적인 두 개념의 병렬일 뿐이라는 것이다.
'한글과컴퓨터'는 "한글과컴퓨터는 한글을 사랑하는 회사다", "한글과컴퓨터는 컴퓨터에서 한글 사용을 쉽게 하려고 노력한다", "한글과컴퓨터는 한글 워드프로세서를 만든다", "한글과컴퓨터는 인간성 괜찮은 사람들이 모여 있다"와 같은 수많은 가치 판단들이 통합되어 있는 하나의 개념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한글과 컴퓨터'에는 이러한 가치 판단의 통합이 불가능하다. 별개의 두 개념이 병렬되어 있는 문맥적 상황일 뿐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한글과컴퓨터'에 어떠한 통합적 개념이 축조되어 있는지를 좀더 상세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한글과컴퓨터'는 사실 대립적으로 볼 수 있는 두 개념과 그 개념들이 내포한 이미지들의 대립으로 이루어져 있다.

'한글'에 고유한 이미지 속성이 "우리것, 自內的, 쉬움, 편안함, 따뜻함, 모든 백성, 인간적, 집단적"이라고 한다면, '컴퓨터'가 갖는 이미지 속성은 "남의것, 外來的, 어려움, 두려움, 차가움, 전문가, 기계적, 개인적"이라고 할 수 있다. 좀더 부연하자면, '한글'과 '컴퓨터'는 각기 위와 같은 이미지 속성들을 자아내는 수많은 가치 판단의 통합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그 각각의 가치 판단들은 서로 상반되어 있는 것이다. 이렇게 상반되는 가치 판단의 두 세트가 '한글과컴퓨터'라는 하나의 개념속으로 통합되어 미묘한 모순이나 역설을 느끼게 하고 있다.
아마도 컴퓨터가 이렇게 대중화되기 이전의 초창기였다면, 위와 같이 대립되는 이미지 속성으로 이루어진 '한글과컴퓨터'라는 조합은 '착한 악마', '작은 거인'과 같이 도저히 어울릴 수 없는 것이 어울려 있는 모순된 역설적 조합으로 느껴졌을 것이다. 이러한 대립은 고유 이미지 속성의 측면에서 느낌으로만 그런 것이 아니다.
실제로 초창기의 컴퓨터 분야에서는 물론 지금까지도, 한글이 컴퓨터에서 까다로운 과제 중의 하나인 것은 사실이다.
그러한 맥락에서 볼 때, 위에서 언급한 '한글과컴퓨터'에서의 바로 그 중개자 '과'의 역할을 우리 회사가 대한민국 사회에서 수행하겠다는 강한 의지가 반영되어 있는 것이다. 즉, 우리에게서 생겨난 것이 아닌 것을 우리것으로 만드는 작업, 외국으로부터 들어온 낯선 것을 우리 안에서 비롯된 낯익은 것으로 만드는 작업, 알아 가고 사용하기 어려운 것을 사용하기 쉽게 만드는 작업, 몰라서 두려움을 갖는 대상에서 모르지만 편안하게 대할 수 있는 대상으로 만드는 작업, 전문가만이 하는 영역에서 전 백성이 사용하는 영역으로 확장시키는 작업, 뭔가 기계적이며 차갑고 개인적으로 빠져들기 쉬운 컴퓨터 분야의 업무에 대해 인간적이고 따뜻하며 전체적인 협동과 조화를 중시한다는 인식을 심화시키는 작업 등, 이러한 과제를 바로 우리가 해나가겠다는 의지가 바로 그것이다.

한글이 창제 당시 온 백성의 생활의 편리를 위해 창제되었다고 한다면, 한글과컴퓨터는 오늘날 고도 산업 사회의 대한민국 백성들의 생활의 편리를 돕겠다는 의지로 출발하게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요컨대, 미시적으로는 컴퓨터에서 한글을 쉽게 사용할 수 있게 하여 한글 과학화를 앞당기고 한글 문화를 부흥시키겠다는 의지로, 거시적으로는 하이테크 정보화 시대를 선도하며 온 국민이 함께 편리한 생활을 할 수 있게 하는 데 앞장서겠다는 목표로 한글과컴퓨터가 뛰고 있다는 것이다.
분명히 우리 한글과컴퓨터는 우리 국민들에게 컴퓨터를 가깝고 친근하게 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터를 닦는 데 큰 역할을 해왔으며, 그러한 의지의 실천은 이 땅에서
'한글'과 '컴퓨터'의 언어적 조합이 완전히 자연스러운 것으로 인식되는 그날까지 계속될 것이다.

'한/'의 의미

한글과컴퓨터에서 만드는 모든 소프트웨어의 상품명엔 '한/-'이라는 접두사가 붙는다. '한/글', '한/맥', '한/아름', '한/그림' 등이 그것이다.
한글과컴퓨터가 왜 브랜드 명을 '한/-'으로 선정하는지 그 이유를 또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는 한글과컴퓨터의 개발 정신과 연관되어 있으며, 우리 글과컴퓨터의 뚜렷한 기업 의지가 여기에 표명되어 있음을 미리 밝혀 둔다.
본래 중세 국어에서 '한/-'은 관형사로서 '하나(一)'의 의미를 갖는다. '하나(一)'는 '처음, 일관됨, 변함 없음, 같음, 쉬움, 온전함'을 그 내포적 의미로 갖고 있다.
그리고 '한/-'과 조합되어서 이루는 옛말에는 '한/ 티(한결같이)', '한/갓(한갓)', '한/(함께)', '한/ (한데)' 등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하나(一)'의 의미를 담고 있는 '한/'이 의미의 중심인 어근으로 자리잡고 있음을 볼 수 있다.

한글과컴퓨터는 '한/-'이 보여주는 대표적 의미를 '한결/함께/한 곳'으로 추출하여 '한결같은 의지로, 우리 국민 모두가 함께 편리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국민이 필요로 하고 쉽게 사용할 수 있는 모든 소프트웨어들을 한글과컴퓨터가 흔들리지 않고 만들어 내겠다'는 의지의 총체적 상징으로서 또 국민에 대한 약속의 압축된 표현으로서, 이제는 죽은 말이 된 '한/'이라는 고어를 선택한 것이다.
세계적으로도 그 독창성을 인정받고 있는 한글의 우수성을 십분 활용토록 하자는 데 주안점을 두고 만들어졌던 한글과컴퓨터의 첫 출시작 한/글의 이름도 "하나 뿐인 으뜸가는 글틀"이라는 표면적 의미 외에 '국민 모두가 함께 쓰는 워드프로세서', '여러 가지 다양한 기능들이 한 곳에 모여 있는 워드프로세서', '단지 이것 하나만으로 모든 문서 작업을 해낼 수 있는 워드프로세서'를 표명한 이름이었고, 첫 출시 이후 바로 그러한 목표를 위해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의 노력을 가해 이제는 그 이름이 지향했던 것처럼 명실상부한 고기능 한글 워드프로세서로 자리잡게 된 것이다. '한/글'만이 아니라 우리회사에서 만들어지는 모든
소프트웨어들은 이러한 우리의 개발 정신을 토대로 이루어진 것이며 앞으로도 이 개발 정신은 변함없이 계속될 것이다. 그 모든 제품들에는 반드시 '한/-'이 붙을 것이고 그 상징과 약속은 지켜질 것이다.

따라서 우리 한글과컴퓨터가 현재 사용하고 있는 심볼마크에 해당하는 "한/"(아래아 한)은 단순히 '한/-'이라는 옛말의 재사용이라는 단순한 복고 차원에서만 해석될 수 없으며, 단순히 하나의 문자로서만이 아닌 이 모든 우리의 의지와 약속이 압축되어 있는 상징물(그림)로서 수용되어야 하겠다. 우리의 기억과 현실에서 희미해져 온 '한/-'의 본래 의미를 '한/글'이 이렇게 되살리고자 한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철저하게 현실적인 관점에서 보자면, '한/', 정확히 말해서 'ㆍ'(아래아)는 현대 우리말에서는 이미 문자로서의 기능을 상실한 상태라는 것이 일반적 견해이다.
그러나 한글과컴퓨터가 사용하는 '한/'은 하나의 상징이며 약호(約號)라는 점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현대 국어'의 음운론이라는 문자의 차원에서만 바라보고 해석하려 들 것이 아니라, 세계가 커다란 상징 체계, 기호의 차원에서 해석되는 기호학(semiotics)적인 견지에서 이해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신호등이 지니고 있는 신호 체계와 마찬가지로 우리의 한글과컴퓨터의 의지와 사회에 대한 약속을 의식적으로 또 집단적으로 기호화 한 것으로 생각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또한 이야말로 '온고지신(溫故知新)'의 정신이며 그 실천임을 되짚어 보고, 온 국민이 우리 것이 사라져 가고 있다는 위기의식을 느끼는 오늘의 마당에서 기왕에 사용하는 약호를 우리의 옛것에서 찾겠다는 순수한 주체 정신의 발로로도 정당하게 받아들여져야 할 것이다.

<중략>

자료 제공 : 한글과컴퓨터 홍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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