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과 한자에 대한 진실한글과 한자에 대한 진실

Posted at 2008. 10. 10. 22:18 | Posted in 우리글 한글

한글은 아무리 자랑해도 지나치지 않는 우리의 국보이다. 한글은 한국을 컴퓨터 인터넷 시대의 승리자로 만들어 줄 날렵하고 세련된 무기이다. 한글은 누구에게나 쉽게 글눈을 깨쳐 정보 지식의 평등을 이뤄주는 민주. 조화의 표상이다. 한글의 구성 원리는 세상 이치를 다 갖춘 하나의 예술이다. 이를 창제하신 세종 대왕은 발명가요 과학자요, 중국에 동화될 뻔한 우리 나라를 구하신 영웅이며 백성들을 극진히 사랑하신 성군이시다. 이 글자를 지키고자 일제의 탄압을 달게 받으셨던 분들은 선각자요 우리 얼의 독립 투사이시다.

시카고 대학 맥콜리 교수는 지난 20여 년 동안 해마다 한글날이 되면 강의마저 집어치우고 학생. 친지들과 잔치를 열어 한글날을 '인류 문화의 축일'로 축하해 왔으며, 영국의 샘슨 교수는 세종 대왕의 흉상 앞에 엎드려 큰절을 하며 세종의 업적에 경의를 표하였다고 한다. 한편, 1990년 한글날에 유네스코는 국제적으로 글눈을 밝히는데 공을 세운 사람이나 단체에 주는 상인 <세종대왕상>을 제정하고, 첫 시상식을 가졌다. 유네스코는 1997년 훈민정음을 인류가 영원히 보전해야 할 문화 유산으로 지정하기도 했으며, 최근에는 사라져 가는 미국 인디언들의 언어를 한글로 채록하여 보존하려 하는 <세종 프로젝트>를 추진중이라고 한다.

우리 나라는 건국 초기였던 1946년부터 10월 9일 한글날을 공휴일로 정하여 기쁘게 한글날을 기념해 왔으며, 1948년에는 제헌 국회가 국어 사랑으로 나라의 뼈대를 이루기 위해 '한글 전용법'을 통과시켰다. 그리하여 10월 9일은 온 겨레가 글짓기도 하며 여러 행사를 이루면서 온 국민이 함께 즐기는 큰 잔칫날이요 문화의 날이 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한글 시대를 시샘한 간악한 세력들은 한글이 이렇게 잘 되는 것을 그냥 보고만 있지 않았다. 이들은 알량한 자존심을 지키고 자기 기득권을 포기하지 않으려고 역사에 길이 남을 죄악 저지르기를 서슴지 않아 왔다. 이들의 작전은 한국 국어를 일본 국어의 노예로 만들고, 세종대왕의 업적을 축소. 은폐하는 것이다. 옛 봉건주의 사회를 재현하여 한국 문화 발전을 100년도 더 후퇴시키고 한국을 일본 문화의 식민지로 만드는 것은 물론이다.


  노 태우 군사 정권은 공휴일이 너무 많다는 터무니없는 이유로 한글날을 공휴일에서 빼 버렸다. 그 당시 돈벌이에 지장이 많다는 일부 재벌들의 엄살과 친일파, 국한문 혼용파 등의 선동에 호응하여, 노 태우 정권이 우리 민족 정기를 짓밟는 행위나 다름없는 '한글날 격하'에 앞장선 것이다. 그러나 공휴일이 너무 많다고 해명한 노 태우 정권은 구정, 석가탄신일 등 새 공휴일을 지정했으며 추석에도 공휴일을 하루 더 늘렸다.

  한글날을 죽이는 데 성공한 국한문 혼용파들은 한글을 헌법 재판소에 고소까지 해 두고, 한글 전용법을 광복 55주년이 지난 오늘에 와서 폐기시키려 하고 있다. 게다가 최근에는 주민등록증에 한자 이름을 같이 넣어 막대한 혈세를 낭비했고, 도로 표지판에까지 한자를 넣어 도로 표지판이 제 기능을 못 하도록 했으며, 초등학교 어린아이들에까지 한자 교육을 시켜라고 아우성을 치고 있으니 이 나라의 장래가 심히 걱정된다. 그뿐만 아니라 이름 공모에서 '세종'이란 이름이 1위를 했는데도 지금 건축중인 새 공항 이름이 '인천 국제 공항'이 된 것은 대체 어찌 된 일인가?


  저들은 "세종대왕은 한자와 한글을 섞어 쓰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생각하고 한글을 창제하셨다"처럼 훈민정음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는 거짓말로 아무 것도 모르는 학부모와 학생들을 유혹하고, 한글과 우리말을 극진히 사랑하여 한글 전용법을 성공적으로 정착시킨 북한을 "한글 전용만으로는 한계를 느껴 최근 학교에서 한자 교육을 다시 시작한 나라"로 둔갑시켰다.


  저들은 어느 나라 국민이기에 제 나라 글을 그토록 업신여기는 망국 행위를 자행했던가. '국한문 혼용교'라도 믿는 광신자들처럼 한자를 섞어 쓰지 않고는 살 수 없다는 국한문 혼용병에 몹시 중독이 되어 버린 것이다.


  일본 수상은 언젠가 김 종필 총리에게 한. 일 양국이 같은 한자어를 쓰자고 꾄 적이 있다. 문자가 훨씬 열등한 일본에 한국의 한글 전용 정책이란 남북 통일만큼이나 달갑지 않은 것이다. 우리 나라가 일제하에 있었다면 제 2의 민족 말살 정책이 되었을 이 제안에 넘어가 그가 지시한 게 주민 등록증 한자 이름 병기이며, 최근 제기된 초등학교 한자 교육 정책이다. 이쯤 되면 "우리말의 발전을 위해서"라는 허울 좋은 명목 속에 숨어 있는 "친일 국한문 혼용교 광신자"들의 숨은 음모가 느껴지지 않는가?


  한자는 규칙적인 체계가 없는 데다가 글자가 너무 많아 기계화와는 담을 싼 문자이다. 글자 자체를 익히고 기억하고 읽고 쓰는 데도 너무 많은 시간이 걸려 글자 생활에서 막대한 능률 저하를 초래한다. 특히 초등학교 한자 교육은 한창 놀면서 창의성을 길러야 할 어린이들을 고통스러운 암기로 학대하는 교육이다. 이 폐해를 선각자들은 일찍부터 간파하고 있었다. 조선어 학회 수난으로 3년간 옥고를 치른 외솔 최 현배 선생은 1926년 <조선 민족 갱생의 도>에서, 학습 시간을 엄청나게 빼앗아 가는 한자를 '망국의 글자'로 규정했다. <아Q정전>의 저자 루쉰도 한자가 사라지지 않으면 중국 인민은 망한다고 단언했다.


  한자어는 진솔하고 맛깔스러운 우리말을 천박하고 직설적인 말로 전락시키고, 봉건주의와 권위주의를 유지하고 상징하는 말이 되었다. 이는 우리 정신과 감정을 스스로 천박하게 만든 꼴이다. 그래서 한자어는 군대나 관공서에서 특히 환영받게 되었으며, 국민들을 농락하는 "지적 사기"의 도구로 애용되었다. 우리는 언어가 보여주는 대로 생각한다는데, 일제가 산에 박아놓은 말뚝이 한민족의 정기를 꺾는다고 논쟁하는 것도 좋지만 그전에 우리말에 섞인 한자어가 우리 얼, 정기를 죽이고 있지는 않는지 먼저 살펴볼 일이다. "타인을 기만하여 재물을 절취한 자는..."과 같은 법조문, 이제 좀 고쳐야 하지 않겠는가!


  우리말은 자체적으로 갖고 있는 몇몇 동음이의어를 빼면 형태소 하나만 보거나 들어도 뜻과 느낌이 바로 들어온다. 그러나 한자어는 느낌이 없고, 소리를 한국 발음으로 근사시킬 때 동음이의어가 너무 많이 생겨 한 글자나 한 단어만 봐서는 뜻을 제대로 파악할 수 없다. 글자 자체도 한 글자가 너무 많은 뜻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의사 소통이 어렵다. 한자에 느낌이 없다는 말은 돌대가리보다 석두가 더 욕같지 들리지 않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일본은 우리처럼 중국식 한자 정자를 그대로 쓰지 않고 수백 년 전부터 일본 가나를 활용하여 한자를 일본어로 바꾸는 동시에, 반드시 한자를 가나와 같이 기록함으로써, 누구나 글을 읽을 수 있는 일본 고유의 한자로 만들어 왔다. 이렇게 일본은 소리글자인 가나의 힘으로 중국 한자를 일본식 한자로 만들어 사용하였기 때문에, 동양 어느 나라보다도 먼저 문맹을 벗어나 선진국으로 발전하였다.


  일본에 한글 같은 문자가 있었다면 일본은 한자를 병용할 필요도 없이 한자를 글살이에서 일찌감치 없애 버리고, 지금보다 더한 경제 대국이 되어 정보통신. 인터넷 산업까지 한국을 제압해 버렸을 것이다. 한자는 일본에서도 천덕꾸러기이며, 일본의 정보화를 가로막고 있는 주역이다. 우린 이 기회를 틈타 한글을 발전시킬 궁리를 해야지 어째서 일본의 나쁜점만 골라서 본받으려고 하는가.


  물론 우리 조상들의 사대주의의 산물로 국어 어휘가 상당 부분 한자어에 잠식당해 있기 때문에 한자를 아예 안 배울 수는 없다. 그러나 한자의 교육과 한자의 사용은 엄연히 구분돼야 한다. 여기서 '사용'이란 우리의 일상 생활에서 쓴다는 걸 말한다.


  가장 먼저 한자가 더 이상 동양 삼국의 공통 문자가 아니라는 점을 알 필요가 있다. 같은 한자도 소리가 삼국이 완전히 다르다는 건 익히 알려져 있거니와 한자어의 의미 격차까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벌어지고, 제각기 다르게 글자 모양을 단순화시켜 쓰는 이상(한국만 정자를 그대로 쓰지만) '세 나라가 한자 문화권에 있다'는 말 또한 무의미하다. 한국식 한자와 한국식 한자어는 중국어나 일본어를 배우는 데 혼란만 가중시킬 뿐이다. 복잡하고 어렵고 둔한 문자인 한자는 중국에서도 버림받아 조만간 박물관에서나 볼 수 있는 죽은 문자가 될 것이다. "21세기 한자 문화권..." 운운하며 국제 관계를 들먹여 한자 혼용을 주장하는 논리는 근거가 없다.


  우리말의 동음이의어를 문제삼아 한자 혼용을 주장하는 사람들도 많다. 그러나 이건 문제의 접근 방식이 틀렸다. 실제로는 그렇지도 않지만 만약에 의사 소통이 어려울 정도로 동음이의어가 많다면 고쳐야 할 대상은 한자어지 한글이 아니다. 세상에 '팔다'와 '사다', '주다'와 '받다'를 같은 소리로 표현하는 말이 어디 있는가? '연패'는 이겼다는 뜻인가, 졌다는 뜻인가? '명왕성'의 '명'이 밝다는 뜻이 아니라 어둡다는 뜻의 한자란 걸 아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이처럼 한자는 언어의 기본 요소인 소리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하등 문자이며, 한자의 그 뛰어나다는 조어력 또한 소리를 희생하여 나온 것이다. 뜻을 소리만으로 구분하지 못하고 글자의 형상까지 떠올려서 구분하는 건 기형적인 언어 생활이며 언문 일치 원칙과도 어긋난다.


  한글과 한자가 어울리는 양 날개라는 주장도 얼토당토않은 소리다. 한글은 다른 문자의 도움이 필요 없는 완벽한 문자이다. 한글은 한자와는 물론 가나와도 체계가 전혀 다르며, 물과 기름과 같은 관계다. 우리가 한글을 발전시키는 데 게을러 한자 모양을 닮은 일본식 글꼴(명조, 고딕 등)을 늘 써와서 이런 말이 나오는 듯한데, 한글의 원리를 잘 살린 글꼴로 한글을 표현해 보면 한글은 로마자처럼 날씬하지 아둔한 한자와는 형태가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는 걸 알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자를 쓰는 건 물론이고 고유명사 중 중국. 일본의 한자어와 같은 것을 공유하자는 주장은 왜 나오는가. 한글의 우수한 표음 능력을 무시하고 왜 베이징을 북경으로, 프랑스를 불란서로 불러야 하는가.


  우리에게 필요 이상의 한자는 필요없다. 중학교 때부터 한자 교육을 실시해도 늦지 않으며, 일상 생활에서는 꼭 필요한 경우에만 한자를 괄호 속에 넣는 식의 한글 전용만으로도 충분히 글살이를 해 나갈 수 있다. 한자 어원은 국어 사전으로 확인하면 될 것이다.


  옛 문헌을 번역하는 건 한자 공부에 흥미를 느껴 한문을 전공한 전문가들의 몫이다. 중국. 일본 사람들과 원활한 의사 소통을 하는 건 현대 중국어와 일본어, 아니면 영어를 잘 하는 사람들이 할 일이다. 가급적이면 고유어를 쓰고 지도자들이 펴는 언어 정책 중 올바른 것을 따라 주어 완전한 말글 일치를 이루는 것이 우리들의 과제라 하겠다.


  이 글을 읽는 독자 중에 한자 혼용을 주장할 분은 물론 없을 것이다. 또한 앞에서 언급한 "친일 국한문 혼용교 광신자"들의 발악도 몇년 못 가 저절로 잠잠해지고 말 것이다. 한글 전용의 거세고 옹골찬 물결을 그 누가 거스르겠는가? 하지만 한문 중독자들이 전부터 얼마나 큰 죄악을 저질러왔는지, 한자 혼용이 한자어 사용과는 별개로 우리나라를 얼마나 망치는지 우리는 상식으로 알 필요가 있다.


  우리가 나아갈 길은 한글 전용이다. 설령 한자 없이는 의사 소통이 어렵더라도 한자를 억지로라도 글살이에서 버려야 할 판이다. 언어 정책을 어떻게 펴든 한글 전용을 전제로 하지 않으면 안 된다. 동음이의어 같이 한자 혼용에서 한글 전용으로 넘어가는 과도기에서 있을 수 있는 약간의 혼란은 체계적인 한자어 정리와, 한자어를 한국어로 번역하거나 동화시키는 정책을 통해 해결되어야 한다.


  한글 전용과 더불어 추진돼야 할 일은 옛 우리말과 우리말 조어법 살려 쓰기, 우리말 이름짓기, 우리말에 대한 인식 바꾸기 같은 것들이다. 번역서가 원서보다 더 어려운 이유가 바로 난잡한 한자어들 때문이 아닌가? 또한 억양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어째서 똑같은 화이트 하우스라고 발음되는 영어가 흰집이라고 하면 정신병원이고 백악관이라고 해야 미국 대통령이 사는 곳이 되는가? 이런 용어들이 한자 사용을 부추긴다는 점을 생각해 본다면, 특히 번역하는 분들에게 우리말에 대한 사명감 같은 걸 가져 주기를 부탁하고 싶다.


이 제안을 '이화여대를 배꽃계집큰배움터라고 쓰는 식의 논리'로 오해할 분은 없을 줄로 안다. 또한 이것을 언어 순결주의니 극단적인 애국심이니 하는 식으로 매도하지도 말아 주었으면 한다. 우리말과 한글이 지금과 같은 대접을 받는 상황에서 자민족 중심주의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건 굶어 죽어 가는 사람에게 과식의 폐해를 설교하는 꼴과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한글 전용론은 우리가 우리 고유의 문자만으로 글살이를 할 수 있음을 선포하는 의미 깊은 독립 선언이다. 한글과 한자에 대해 왜곡돼 있던 인식들을 과감히 떨쳐버리자. 사실은 한글이 창제된 직후부터 추진됐어야 할 일이다. 그걸 이제야 꺼낸다고 어색해하거나 새삼스러워하지 말자. 한글이 반쯤 죽어 있던 500년의 암흑기를 교훈삼아 이제부터라도 빛나는 한글탑을 쌓아나가면 그뿐인 것이다. 이것이 우리의 경제, 문화와 정기를 살리는 길이다.

2000년 12월 2일

출처 : http://moogi.new21.org/
http://syprint.co.kr/bbs/view.php?id=press&page=22&sn1=&divpage=1&sn=off&ss=on&sc=on&select_arrange=headnum&desc=asc&no=85

//